편견 가고 행복이…마음의 눈을 뜨는 법, 뮤지컬 '킹키부츠' [리뷰]

입력 2022-08-31 09:00  


마음의 눈을 뜨자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편견'이라는 이름의 부끄러운 단어가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늘 날 선 시선에 맞서야 했던 드래그 퀸(Drag Queen, 사회가 고정한 성별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여성을 표현하는 여장 남자)이 건네는 위로는 강력했다. "네가 힘들 때 곁에 있을게. 삶이 지칠 때 힘이 돼 줄게. 인생 꼬일 때 항상 네 곁에 함께."

새빨간 부츠를 신고 화려한 조명이 쏟아지는 무대 위 그가 일깨워준 가치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진 듯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뮤지컬 '킹키부츠'다.

'킹키부츠'는 1979년 영국 노샘프턴의 수제화 공장들이 경영악화로 폐업 위기에 내몰린 가운데, 80㎝의 '킹키부츠'로 돌파구를 찾아낸 한 구두공장의 이야기를 그린다.

대를 이어 구두 공장을 물려받게 된 찰리는 경영난에 시달리던 중 드래그 퀸 롤라를 만나게 되고, 남성용 부츠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기로 마음먹는다. 최종 목표는 밀라노 패션쇼에 서는 것. 이를 위해 찰리는 롤라에게 디자이너가 되어달라고 부탁했고, 그렇게 롤라는 '킹키부츠' 만들기에 합류한다.

작품은 찰리를 비롯한 공장 사람들이 롤라에 대한 편견을 한 겹씩 벗어내는 과정을 보여주며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라'고 말한다. 문호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인용해 "너 자신이 돼라. 타인은 이미 차고 넘친다"고 외치는 롤라의 표정에선 당당함이 느껴진다.


권투 선수가 되길 바랐던 아버지와 대립하며 '나다움'을 찾기 위해 용기를 낸 롤라의 가슴 아픈 과거, 공장 사람들의 편견에 상처받는 그의 모습 등이 그려지기도 하지만 작품을 이끌어가는 힘은 좌절이 아닌 희망이다. 세계적 팝스타 신디 로퍼가 만들어낸 다양한 장르의 흥겨운 음악과 롤라를 비롯한 여섯 엔젤이 펼쳐내는 섹시하면서도 파워풀한 퍼포먼스는 관객들의 눈과 귀를 쉴 틈 없이 자극한다. 폭발하는 에너지가 쇼 뮤지컬의 정수를 보여준다.

빨간 구두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클래식한 남성 구두만을 고집하던 공장에서 80㎝의 아찔한 부츠, 그것도 여성용이 아닌 남성용을 만든다는 것은 단순한 발상의 전환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는 편견을 격파하는 공장 사람들의 의식 전환과도 맞닿아 있다.

편견이 깨지니 곧 행복이 다가온다. 마지막 넘버 '레이즈 유 업(Raise you up), '저스트 비(Just be)'에서는 가장 화려하고 유쾌하게 편견을 타파한 이들을 축하한다. 커튼콜에서는 관객 모두가 일어나 서로를 향해 뜨겁게 환호하고 박수를 보낸다. 강한 희열과 감동이 남는 '킹키부츠'다.

국내에서 2014년 초연한 '킹키부츠'는 2016년, 2018년, 2020년에 이어 올해가 다섯 번째 시즌이다. 지난 28일 한국 공연 400회를 돌파하는 등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미 두 시즌에 걸쳐 찰리를 소화했던 이석훈은 한층 능숙한 연기와 안정적인 가창력으로 자신만의 찰리를 완성해냈다. 최재림 표 롤라는 완벽하다. 키 180cm가 넘는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섹시함, 아름다움이 한데 어우러져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공연은 10월 23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계속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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